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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죄다 기록지에 기록되고, 통계로 분석된다. 미국에는 야구 통계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야구 통계학자 (박사) 까지 있을 정도. 타율, 방어율같은 기본적인 기록 뿐 아니라, OPS니 WHIP같은, 이게 뭔 개념인지 잠깐 생각해봐야 하는 신종 통계 마저도 등장하고 있다. 정말 복잡한 스포츠다. 이렇게 통계수치가 많이 등장하는 스포츠가 또 있나 싶다. 물론 야구 감독들은 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작전을 짠다.

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 이승엽은 그 전 타석까지 타율 1할대를 기록하고 있었고,
(타율 1할대 라는 것은 10번 시도해서 1번 안타를 친다는 소리 아닌가)
준결승 그 경기 마저도 삼진2개, 병살타 1개를 기록중인, 최악의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8회말 주자 1명 나가 있는데, 이승엽의 타석이 다시 돌아왔다.
경기는 2:2 동점인 상황이고 8회말, 이번 찬스를 살려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끝이다. 8, 9회에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결승전은 없는것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삼진에 병살타까지 친 1할대의 4번타자, 이런 선수는 타석에서 빼고, 대타를 집어넣어야 제정신 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야구 감독이 아니라 일반 야구팬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한다)

"불가사의한" 김경문 감독은 이승엽을 또 타석에 세운다. 그런 상황에서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주자 1명이 있는 그 상황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친 것이다. 2:2 동점에서 4:2로 달아나는 홈런. TV 중계 해설자도 그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거라는것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어..어...어...를 연발 하다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홈런입니다~" 를 외쳤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들어보니, 이승엽 자신도 그게 넘어갈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한마디 더 덧붙여 보자면, 올시즌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부진한 상태로, 주전으로 기용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그런 이승엽을 김경문 감독은 "꼭 필요하다"며 이번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합류 시키고, 4번타자로 기용한것이다)

이 경기를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이승엽의 이 홈런 이후로 우리나라 타선은 활기를 되찾았고, 연속으로 안타를 집중시켰고, 일본팀은 심리적으로 흔들렸는지, 실책까지겹치면서, 우리팀은 2득점을 추가하는데 성공한다. 8회에만 4득점하여 6:2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는 물론 이승엽의 홈런이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킨 탓이 크다. 그날 승리의 1등공신이다.

경기가 끝난 후...
이승엽은 인터뷰를 하다가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그동안 부진한게 너무 미안해서..." 라고 말끝을 흐린다.
국가대표팀의 4번타자인데, 그렇게 부진했었으니... 그동안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이승엽이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심 미안했던게,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이승엽을 빼고 그 자리에 요즘 잘맞는 이대호를 타순을 올려 넣어야 하는것 아니냐' 는 주장을 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게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통계의 스포츠'인 야구니까 말이다. 그런 이승엽을 계속 기용했다는것은 불가사의한 수준의, 김경문 감독의 선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면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 선수에 대한 믿음?은 유명하다. 한번 믿는 선수는 일시적으로 부진할지라도 끝까지 주전으로 기용을 한다. 두산베어스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 왔다.
그 믿음 덕분인지, 선수들은 향상된 기량으로 보답을 한다. 그래서 두산베어스에 거액을 주고 들여온 FA선수 보다는, '신고선수 출신' '연습생 출신' 의, 완전 밑바닥부터 시작한 스타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스타로 성장한 선수가 김경문 감독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떠할까? 끝까지 믿고 기회를 준 감독은, 아마도 자신의 야구 인생을 구원 시켜 준 '은인' 같은 느낌이 들 듯 하다. 감독과 선수의 이러한 신뢰관계는 자연히 팀 분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거액을 들인 선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1~2위권의 상위권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번 올림픽 야구의 성공을 계기로, 김경문 감독의 리더쉽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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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malink peter153
2008/08/27 19:23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리더십의 핵심 중에 하나가 구성원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님은 탁월한 리더입니다.
permalink ㅈㅁㅂㄲ
2008/08/29 10:34 댓글에 댓글수정/삭제
왕림햇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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